항공역학이나 비행역학을 공부하다보면 '안정성'과 '조종성'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접하게 됩니다.
워너비 카페 회원들이라면 이 정도 개념은 쉽게 구분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듭니다만, 막상 물어보게 되면..
단순하게 '조종성이란 조종하는 대로 잘 움직이는 것이고, 안정성이란 안정되게 잘 나는 것이지 뭐..' 라고
답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더라구요. 물론 맞는 얘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대로의 개념 그대로
입니다. 다만 그 뜻을 좀 더 쉽게 알아보고 조종성과 안정성 사이의 관계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가져볼까 합니다.
먼저, 조종성이란 말 그대로 조종사의 의도대로 항공기가 움직여 주는 특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특성은 항공기 종류에 따라 좀 달라져야 합니다. 쉽게 설명을 하자면 많은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여객기에서 조종사가 조종간을 조금만 건드려도 비행기가 곧장 그대로 반응하면 조종사도 힘들고, 비행기가
자꾸 움직이니까 승객들도 불안할 것입니다. 마치 사납게 운전을 하는 기사의 버스나 택시를 탔을 때처럼
편안함이 사라진 다는 것이지요.
반면 전투기의 경우에는 항공기 앞으로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어 조종사가 급하게 조종간을 꺾었는데도
부드럽고 완만하게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 항공기는 미사일에 맞아 산산조각 날 것입니다.
즉, 이때는 조종사가 원하는 대로 급히 움직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생사를 다투는 상황에서 편안함은
2차적인 문제이죠.
이와 같이 조종을 해야하는 모든 항공기는 고유의 기능에 맞게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가 각각 달라야
하는 것입니다. 조종성에 중점을 두었다는 말은 비행기의 조종이 원하는 대로 잘되도록 했다는 뜻입니다.
조종사의 의도대로 항공기 움직임을 맞추기가 쉽다는 말입니다.
이미지출처 : http://www.classwork.villanova.edu/ME4800/2010/AeroRegular/StabilityFactors.htm
안정성이란 말 그대로 불안하지 않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특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배나 자동차가 자세를 잡지 못하고 잘 뒤집힌다면 안정성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항공기가 수평으로
날지 못하고 자꾸만 기수가 상하로 흔들린다든지, 자꾸 한쪽으로 기운다던지 하면 안정성이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항공기는 의도적으로 조종사의 조작에 의해 이런 식으로 기울거나 누운상태로 비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항공기는 정적안정성과
동적안정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얘기를 합니다.
정적안정성과 동적안정성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여러 문의 종류 중에 당기거나 밀었다가 놓으면 저절로 제자리로 가서 닫히는 문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을
열었다가 놓았을 때 제자리로 빨리 돌아가 닫히려는 정도(경향)을 정적 안정성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즉, 정적안정성이 높은 문은 손을 놓게되면 빠른속도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지만, 높지 않은 문은
손을 놓아도 제자리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적으로 그럴 경우는 없겠지만
안정성이 마이너스, 즉 불안정일 경우라면 문은 손을 놓은 위치보다 더욱 큰 각도로 열리게 될 것입니다.)
항공기에서 정적 안정성이 높은 비행기는 조종간을 놓더라도 빠르게 수평을 잡게 됩니다.
아래의 그림은 항공기 안정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 예시 입니다.
이미지출처 : http://navyflightmanuals.tpub.com/P-1216/P-12160019.htm
다시 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문은 손을 놓으면 여러 번 앞뒤로 왔다갔다 하다가 정지해 닫히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문은 동적 안정성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즉, 동적안정성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안정화의
경향(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항공기에서 동적 안정성이 높은 항공기는 자세를
잡으려면 별 동요 없이 원하는 자세를 잡습니다만 반대로 동적 안정성이 낮은 항공기는 진동을 여러번 거친 후
자세를 잡게 되는 것이지요.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동의 폭이 완화되는지 오히려
증가되는지 여부가 동적 안정 불안정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라 이해하면 됩니다.
이미지출처 : http://www.free-online-private-pilot-ground-school.com/Aeronautics.html
이러한 정적안정과 동적안정의 정도가 종합되어 그 항공기의 안정성이 높으냐 낮으냐가 결정되게 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안정성이 높은 것이 좋지만, 재빠른 동작을 위해서 조종성을
높이다 보면 안정성이 희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투기인데요, 조종성을 높이려다 보니
안정성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대신 컴퓨터가 끊임없이 자세제어를 하기 때문에 조종사의 어려움을 많이 덜어주면서 안정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간단하게 살펴본 것처럼 항공기의 '안정성' 과 '조종성'은 상반되는 개념이면서 이 둘을
어떻게 조화롭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항공기의 특성과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안정성과
조종성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서는 항공기가 어떤 힘을 받고 그에 따라 자세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오늘은 간단히 개념만 알아본 것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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